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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

성 안드레아 사도 : 단 한 사람을 낚는 낚시꾼

by Oh.mogilalia 2004. 11. 26.

성 안드레아 사도 : 단 한 사람을 낚는 낚시꾼 


11월의 마지막 날 교회는 안드레아 사도의 축일을 기념한다. 안드레아는 시몬 베드로의 동생으로서 형과 같은 어부였으나, 갈릴래아 호숫가를 거니시던 예수로부터 형과 함께 제자로 불림을 받았다. 안드레아는 베싸이다 출신(요한 1,14), 아니면 가파르나움 출신(마르 1,29)이다. 요한복음에 따르면 안드레아는 처음에 세례자 요한의 추종자였다가 예수의 제자가 된 그 첫 번째 사람이다.(요한 1,35-40) 그리고는 자기 형을 예수께 인도하였다. 신약성서를 살펴보면 안드레아는 복음서에 16번, 사도행전에 1번 등장하는데,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과 승천, 성령강림 사건에 함께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성령강림 이후 안드레아는 흑해 연안의 소아시아 전역과 오늘날 불가리아와 그리스 지방을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하였다. 많은 병자들을 고쳐주고 죽은 이도 소생시켰다고 전해진다. 성인의 마지막 종착역은 그리스 아카이아 지방의 파트라스, 여기서 성인은 에게아스 총독의 부인 막씨밀리아를 신앙으로 인도하고 영적 생활을 하도록 권고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총독은 안드레아 성인을 불러 그리스도교에 대한 납득할만한 이해를 요구한다. 성인의 충분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총독은 경비병들에게 지시하여 성인을 구금하고 고문을 가한다. 결국 성인은 ‘X’자 모양의 십자가에 매달려 서서히 죽어간다. 그래서 우리는 이 ‘X’ 모양의 십자가를 ‘안드레아 십자가’라 부른다. 성인은 죽어가면서도 백성들을 향하여 설교를 하였고, 하늘의 광채가 그를 비추었다. 이에 완전히 정신이 나간 에게아스 총독은 성인을 창으로 찌르며 죽도록 매질하게 하였다. 이렇게 성인은 60년경에 순교한 것으로 보인다. 막씨밀리아는 성인의 시체를 거두어 경건하게 장례를 치렀다. 성인의 유해 대부분은 356년 콘스탄티노플의 사도성당에 옮겨졌고, 1208년에는 나폴리 근처 아말피의 성 안드레아 대성당으로 로 옮겨졌다. 유해의 다른 부분들은 로마와 파트로스로 옮겨졌다고 하나 그 진실성은 의심스럽다. 안드레아 사도는 러시아와 스코틀랜드 등 여러 나라의 수호성인으로 공경 받고 있으며, 부르군트 왕가는 안드레아 십자가를 가문의 문장을 삼기도 했다. 부르군트 왕가는 12세기경 ‘안드레아의 십자가’를 발견하여 마르세이유에 보관하였으나 14세기에는 다시 브뤼셀로 옮겨 보관하였다고 한다. 


성서에서 안드레아 성인은 형 베드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로 나타난다. 형 베드로가 과격하고 덤벙거리는 유형이라면 동생 안드레아는 신중하고 세심한 성격을 가진 자였다. 복음서에서는 안드레아는 주의력과 끈기가 대단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안드레아는 세례자 요한이 예수를 가리켜 “하느님의 어린양이 저기 가신다.”(요한 1,36)는 말을 듣고 예수께서 묵고 계신 곳까지 따라가 그분의 제자가 된다. 그리고는 형 시몬을 예수께 인도하였다.(요한 1,37-42) 며칠씩 따라 다니던 오천 명의 군중을 허기진 채로 돌려보내시지 않으려는 예수님의 의중을 헤아려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어린아이를 발견하고는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것을 예수님께 전해 드림으로써 빵의 기적을 보기도 했다.(요한 6,8-9) 예수님이 마지막 과월절 명절 때에 예배를 드리러 온 그리스 사람들이 예수를 뵙게 해 달라는 간청을 듣고 필립보와 함께 예수께 전해 올리기도 한다.(요한 12,20-22) 또 안드레아는 베드로, 야고보, 요한제자와 함께 올리브산에서 예루살렘 성전을 바라보시던 예수께로 다가가 재난의 시기와 징조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고는, 어떤 일이 있어나도 정신을 차리고, 박해자들 앞에서 주님을 증언해야 하며,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전파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기도 했다.(마르 13,3-13) 


바로 이런 세심함과 끈기와 다짐이 오늘 성 안드레아 사도를 있게 한 것이다. 위에 언급한 안드레아 성인의 복음선포활동에서 보았듯이, 그는 총독 에게아스의 부인 막씨밀리아를 그리스도의 신앙으로 인도한 대가로 목숨을 바쳐야 했다. 그가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목숨을 내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세심하고 주의 깊은 성격 탓도 있겠지만, 모든 것을 스승인 예수님으로부터 배운 것이다. 그의 스승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번째 제자들의 소명사화를 전하는 오늘 복음이 더 의미 있게 들리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제자들의 소명사건이 예수님 공생활의 시작과 갈릴래아 출현의 첫 시점에 있었던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마태오는 이 사건을 예수님 공생활의 첫 부분에 배치해 놓았다. 왜일까? 그것은 제자들이 스승과 함께 있으면서 스승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우고 보고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을 안드레아 사도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해 낸 것이다. 자기 형 베드로가 그물을 쳐서 많은 사람들을 낚는 어부요 사도였다면(사도 2,14-42), 동생 안드레아는 낚시를 던져 한 사람을 낚는 세심하고 끈기 있는 낚시꾼이며 사도였다.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전파되어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단 한 사람을 인도하는 데서 시작됨을 깨닫는 오늘이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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