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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

메시아적 혁명을 바라는 두 사도, 시몬과 타대오

by Oh.mogilalia 2004. 10. 28.

메시아적 혁명을 바라는 두 사도, 시몬과 타대오 


오늘 교회는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의 축일을 함께 지낸다. 이들은 예수님과 가장 가깝게 지내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 12사도들 중 두 사람이다. 12사도들은 누구였던가? 그들의 신원과 출신을 따지자면 공관복음이 전하고 있는 바, ‘베드로’로 개명된 ①시몬과 그의 동생 ②안드레아, ‘천둥의 아들’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제배대오의 아들 ③야고보와 그의 동생 ④요한은 갈릴래아 출신의 어부들이었고, ⑤마태오는 ‘레위’라고도 불리면서 전직(前職)이 갈릴래아의 세리였으며(마태 9,9; 마르 2,14; 루가 5,27), ⑥시몬도 역시 갈릴래아 출신으로 ‘혁명당원’이었고, 가리옷 사람 ⑦유다는 제자단의 재무관리자로서 스승을 배반한 사도였다. 알패오의 아들 ⑧야고보는 ‘주님의 형제’로서(갈라 1,19) 야고보 서간의 저자이면서 예루살렘의 첫 사도회의를 주관하면서 이방인들의 교화(敎化)를 주장한 야고보(사도 15,13-21)와 동일 인물일 수도 있다. 


요한복음은 제자들의 소명에 관하여 공관복음과는 달리 전하고 있는 바, 이미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던 안드레아와 요한이 예수의 첫 제자가 되었고, 안드레아가 형인 시몬을 예수께 인도하였으며, 베싸이다 출신의 ⑨필립보는 요한복음과 사도행전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로서(요한 6,5-7; 12,21-22; 14,8-9; 사도 6,5; 8,5-40) 예수의 직접적인 부름을 받았고(요한 14,8), 필립보가 ⑩나타나엘(바르톨로메오)을 예수께 인도하였다.(요한 1,35-51) 공관복음에서 12사도의 명단에만 들어 있는 ‘쌍둥이’라 불리는 ⑪토마와 야고보의 아들 ⑫유다(타대오)는 요한복음에 좀 더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요한 11,16; 14,5; 20,24-29; 14,22) 신약성서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 순으로는 베드로가 단연 1위를 차지하고, 그 다음은 요한, 나머지는 이곳저곳에서 간간이 등장한다. 


사도 시몬은 갈릴래아 지방 가나 출신(가나안)으로서(마태 10,4) 그에게 붙여진 ‘혁명당원’(마르 3,18; 루가 6,15)이라는 별명처럼 하느님 외에는 어떤 통치자도 인정하지 않고 무력으로라도 로마제국의 압제에 항거하여 이스라엘을 되찾고자 뭉친 젤롯당에 속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시몬이 예수님의 놀라운 가르침과 활동 속에서 정치적인 메시아의 모델을 보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사도 유다(타대오)는 신약성서에 야고보의 아들 ‘유다’로 명기되기도 하고(루가 6,16; 사도 1,13), 사도 야고보와 함께 ‘알패오의 아들 타대오’(마태 10,3), 또는 그냥 ‘타대오’(마르 3,18) 라고 명기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사도를 편의상 ‘유다’, 또는 ‘타대오’ 라고 부를 수 있겠다. 하지만 ‘유다’라고 할 때는 스승을 배반한 ‘가리옷 사람 유다’와 같은 이름이므로 부르기가 달갑지 않을 수도 있어 ‘타대오’로 부르는 편이 더 낫을 수도 있겠다. 그는 12사도의 명단이 아닌 다른 곳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데, 그것은 가리옷 사람이 아닌 다른 유다가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주님, 주님께서 왜 세상에는 나타내 보이지 않으시고 저희에게만 나타내 보이시려고 하십니까?”(요한 14,22) 하고 질문을 던지는 대목이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사도 유다(타대오)가 혁명당원 시몬처럼 예수께서 정치적인 메시아이기를 바랐던 점을 알 수 있다. 


전해오는 자료에 의하면 시몬은 처음에 이방인과 유다인들에게, 나중에는 이집트, 키레네, 마우리타니안, 리비아 등지에서 복음을 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었고, 마지막으로는 페르시아에 이르렀다고 한다. 유다 타대오도 처음에는 팔레스티나에 머물다가 아라비아, 시리아,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선교하다 마지막에 페르시아에서 복음을 전했다고 한다. 페르시아에서 시몬과 유다 타대오는 함께 순교의 월계관을 받았다. 전설에 의하면 시몬은 톱으로 몸이 잘리는 순교를, 유다 타대오는 도끼에 목을 잘려 순교했다고 한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장엄한 과정을 거쳐 12제자를 선발하신 사실과 그분의 계속된 치유행적을 보도하는 내용이다. 예수께서 많은 제자들 가운데 특별히 12제자를 엄선하신 사실은 공관복음서 모두에 실려 있다. 오늘 복음의 후반부에서 보듯이 예수님과 사도들이 산에서 내려와 평지에 이르러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예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진리의 말씀에 굶주리고, 병고에 허덕이며, 악령에 시달리는 사람들이었다. 루가는 이렇게 산과 평지를 구분하였다. 산은 기도와 소명의 장소요, 평지는 선포와 활동의 장소라는 것이다. 이것이 루가복음사가가 소명과 활동을 함께 묶어둔 이유일 것이다. ‘제자’란 역사적 예수의 공생활 중 예수님을 따르던 이들을 일컫는 말이요, ‘사도’란 부활하신 예수로부터 복음선포의 지상사명을 받은 이들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산에서는 제자이나 평지에서는 사도라는 의미이다. 진정한 신자란 예수님 앞에서는 제자로 불림을 받아 그분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세상 앞에서는 사도로 파견되어 죽음으로 복음을 증거하는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제자들은 예수께서 밤을 새워 하느님께 기도하신 후 그들을 사도로 뽑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수께 있어서 기도란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자신의 신원과 사명에 대한 확신과 신뢰의 행동이다. 예수께서는 기도 속에서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가 3,21-22)라고 말씀하신 아버지와의 관계를 확신하고, 그 확신 안에서 세상과 인류를 위한 구원의 사명을 다짐하시는 것이다. 예수의 기도는 곧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사랑과 자신에 대한 신원의 확신이며, 자신을 세상에 파견하신 아버지의 뜻과 자신의 사명에 대한 다짐인 것이다. 예수의 제자라면 누구든지 자신의 신원과 사명을 위해 예수 안에서 끊임없이 기도하여야 한다. 기도 없이는 진정한 사도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