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성당은 지난 85년 9월에 혼배미사를 치른 곳이다. 가끔 처가에 와 미사 참례할 때마다 푸근한 느낌이 든다. 지금의 신부님께서 부임하신 후로 교중 미사 후 제공되는 점심이 공짜라서 좋고, 시골의 풍성함이 맛과 함께 해 더욱 좋다.
시골 성당에서 이런 큰 잔치를 매주 실시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 오늘은 지역 공소에서도 많은 신자들이 함께 한 때문인지 미사 때 성전이 가득찬 모습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았겠고, 성당 강당에서 함께 식사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 공동체 모습도 너무 좋아 보인다.
내가 사는 울산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모습이다. 우리 본당에서도 한때는 교중미사 후 베다니아라는 성전 옆 빈터에서 차와 다과를 나누며 짧은 시간이나마 형제들과 담소하는 시간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이런 모습이 사라져 아쉽다. 울산의 우리 본당은 이제 그 공간마저 사라지고 큼지막한 교육관이 자리를 잡고 있으니 좋아 보이긴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오늘 미사 중에 몇 번이나 코끝이 찡했다.
신부님 강론 중에 감사할 줄 알아야한다는 말씀과 함께 들려주신 예화 중에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겪게 되는 고통이나 아픔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지혜에 대해 말씀하셨다. 몸살의 경우에도 몸이 피로하니 잠시 쉬라고 하느님께서 배려하신 것이라 생각한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들여질 것이고,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도 그만 하기 다행이라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 들이는 우리의 지혜라는 요지의 말씀은 요즘 학교 생활이나 경제적으로 조금 쪼달리는 것 같은 삶에 작은 힘이나마 되는 것 같기도 했다.
또 성체를 배분하시는 할머니 수녀님의 고운 얼굴에서도 웬지 눈시울이 붉어짐을 겪었고, 내일 영명축일을 맞으시는 수녀님께 드리는 작은 꽃다발 선물에도 쑥쓰러워하시는 수녀님의 겸손하신 작은 몸짓(?)도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이래서 좋다. 정말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특히 영성체 하기 전 평화의 인사를 나눌 무렵에는, 난생 처음 보는 형제들과 손을 맞잡으며 평화를 기원할 때 맞잡은 손을 통해 전해지는 따뜻한 형제애는 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주님의 은총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울타리만 벗어나면 ...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