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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한가한 시간...

by Oh.mogilalia 2004. 11. 13.

지금 이 시간은 최근 들어 가장 한가한 시간인 것 같다. 좀전에 성당에 가서 특전 미사 참례한 후 딸아이를 위한 9일 기도도 마치고 집에 와 있다. 따라서 내일 새벽에 미사 참례 안해도 되고 늦잠 잘 수 있다는 게 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편하게 한다.

 

막둥이 둘은 지금 좋아하는 투니버스 보면서 넋을 잃고 있다. - 얼마 전에 집에 있던 텔레비전 두 대를 거의 동시에 폐기 처분한 관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날로그TV를 한 대 구입했는데, 사고가 생겨 현재 반품 처리 중인데, 찾아가지는 않고 있어, 비겁하게 몰래 꺼내 보고 있는 형편이다. - 아내는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기도 중이고 나는 모니터 앞에 앉아 지금 한가하다면서 힘든 글 쓰기 하고 있다. 

 

큰 녀석 둘 중 큰 딸아이는 지금 독서실에서 마지막 다듬기하고 있고, 둘째 아들놈은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른다. 고1이란 게 공부는 도무지 하지도 않으니, 걱정이 태산이다. 이 녀석이 동생들 먹여 살려야 할 텐데... 나의 무능함을 빌미로 맏상주에게 동생 부양을 떠넘기려 최면을 걸고 있는데 도무지 먹히지가 않으니 이 또한 걱정꺼리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이미 나의 면면을 파악한 듯, 저희들 마음대로다. 실업계 진학하기로 결정된 녀석들은 아예 공부엔 관심도 없고, 다음달 10일에 연합고사 치러야 할 녀석들도 덩달아 공부에 관심없고, 연합고사에 합격하기 조금 어려운 녀석들도 공부에 별 관심없기는 마찬가지인데 그나마 불안해 하는 구석이 있어 보기 안스럽다. 고함을 질러도 안되고, 몽둥이 들 수도 없고... 

 

요즘은 선생 노릇도 참 힘든다. 교장님은 이런 분위기를 용납해서는 안된다시니 교장 눈치 보랴 아이들한테 밀리는 내 눈치 내가 보랴... 늘 힘들다.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서로에게 피로한 인연을 끝내고 싶은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나도 한때는 꽤 괜찮은 선생같았는데... 하지만, 이것도 내가 져야 할 십자가라면 마땅히 져야 한다. 아이들을 사랑의 시선으로 지켜보며 그들을 탓하기보다 내 자신의 부족함을 탓할 일이다.

 

 

잠시... 셋째 녀석이 먹고 싶어하던 통닭이 배달되어 왔다....

쏘주 생각이 났다. 아내가 한 병 남아 있단다. 쿨하다. 통닭을 안주로 먹으려니 통닭킬러인 맏상주 생각에, 저녁 반찬으로 남은 돼지고기를 김치와 억지 궁합을 맞춰 지금 이 한가함을 조금 업~시키고 있다. 

 

아내는 국시 남은 걸 비벼 묵고... 우야든동 분위기는 괜찮다. 기분도 조금 나아진다. 술이 조금 오르고... 요즘은 집에서도 소주 한 병은 쉽게 뚝딱한다.

.........................

 

술이 조금 오른다... 지금은 11시다.

글쓰기 시작하고 1시간 30분이 지났다. 키~

 

오늘은 이만 하자.....

음주 통신은 오래 전부터 해 봤자 별로 득될 게 없다. 고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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