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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사항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y Oh.mogilalia 2020. 6. 8.

Dooil Kim 6/7 

어떤 죽음: 위안부 생존자 쉼터 소장의 죽음
1.
오늘 새벽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이 사망했다. 위안부 쉼터의 소장이라고 하면 무언가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상 쉼터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거주하면서 모시는 일이다. 
손영미 소장은 그 일을 2004년부터 시작했고 당시 월 급여는 80여만원 받았다고 한다. 
2.
시대가 바뀌어 자신의 부모님을 모시는 것도 직접 하지 않는 세상이다. 간병인을 구해보면 한국인보다 조선족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누군가를 돌보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손영미 소장은 이 일을 16년동안 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위안부 문제가 사회적 관심이 되었지만 2004년이라면 아무런 관심도 없던 시절부터 이 힘든 일을 시작했던 것이다. 
애초 돈과는 거리가 멀었고 명예를 노리고 일했다고 보기도 당시 상황을 보면 어려웠다. 손영미 소장은 그냥 숭고한 일을 해 온 것이다. 나로서는 그러한 판단만이 가능하다. 
3.
손영미 소장은 할머니들을 두고 집에 가는 일도 없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주말에 쉼터에 가서 할머니들과 밥도 해 먹고 마당에서 꽃도 심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그 사이에나 집에 다녀올 수 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에만 집에 가서 쉬고 일요일에 다시 쉼터로 와야만 했다.
대충 손영미 소장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짐작이 가는가?
4.
검찰은 정의연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서 회계장부를 가져간 것뿐만 아니라 할머니들 쉼터도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이 그 곳에서 무엇을 털었는지 중간에 짜장면을 시켜 먹었는지 기자들은 웃으면서 질문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정경심 교수처럼 검찰의 공격을 예상했고 변호인의 도움도 받는 현직 법무부 장관의 부인도 그 압수수색을 당하는 동안 쇼크가 왔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노령의 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손영미 소장이 당시 어떤 상태였을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얼마나 당황스럽고, 두렵고, 모욕적이었을까?
5.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에는 기자들이 쉼터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조국의 딸 조민의 거주지도 새벽에 불쑥불쑥 찾아갔던 대한민국의 기자들 클레스가 아닌가? 
더구나 쉼터는 공개된 곳이다. 쉴새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 초인종 소리, 마당에만 나가도 쉴새없이 울리는 카메라 셔터소리와 번쩍이는 플래시....
항상 밝게 웃으며 마당에서 할마니들 산책도 시켜드리고 함께 꽃구경 하는 것을 좋아하던 손영미 소장은 이제 어디에도 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6.
무엇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위해…인권을 위해… 나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일본정부의 사과를 받기 위해 16년동안 헌신적으로 해 왔던 정대협과 정의연의 활동이 색안경을 낀 무리들에 의해 부정당하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삶을 통째로 부정당하는 기분은 극단의 선택으로 몰리게 된다. 
도대체 16년간 할머니들 옆에서 모시고 있던 손영미 소장이 왜 그들에게 고통 받아야 하는가? 도대체 검찰과 곽상도와 기자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7.
손영미 소장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에 댓글들은 이미 오염되어 있다. 상당히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들도 오염되어 있다. 읽는 순간 눈이 썩어 들어가는 것 같다...
“잘못이 없다면 죽을 이유가 없지…”
아, 우리 사회에는 아직 악마들이 많이 존재한다. 
8.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이 보상 때문이라고 외쳤던 사람들이
장자연 사건에서 윤지오에 대한 비판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구하라와 설리를 죽음으로 몰았던 악플을 달았던 무리들이
조국 일가의 도덕성을 비난했던 무리들이
이번에는 정의연과 윤미향을 비난하고 있었다. 
대신 그들은 나경원과 장제원과 홍정욱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언제나 선택적으로만 정의로운 자들...
9.
일본의 언론들은 이 소식을 신속하게 타전했다.
“회계부정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정의연 시설의 소장이 괴로움을 토로하면서 자살했다”는 내용이다. 
사실 전달만 하는 것 같지만 기사의 담긴 뉘앙스는 위에 악플러들과 동일하다.
“잘못이 없다면 죽을 이유가 없지…”
10.
잘못이 없어도 죽는 경우는 많다. 2019년 12월 3주 동안 중앙지검에서 조사받던 피의자가 3명이나 자살했다. 2011년 이후 매년 검찰 조사를 받다가 자살하는 사람은 두 자리 숫자에 달한다.
생물학적으로 손영미 소장의 죽음이 자살로 판명이 난다고 해도 나는 이 죽음은 검찰과 언론 그리고 악플러들의 공범에 의한 타살이라고 생각한다. 
손영미 소장님, 오랜 시간 할머니들 모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세에서는 고통 없이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내용추가++
이 글이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비난과 논쟁의 소재로 사용되는 것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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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6/7

이용수 선생님,
인권운동가이신 이용수 선생님,
그간의 노고에 우선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이제 저는 선생님을 인정하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비난이 아닙니다.
운동에 혼신을 다해온 사람 하나*가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비통한 마음입니다.
그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부디 이제 가실 길을 알아서 혼자 가시기 바랍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는 일은 멈추시기 바랍니다.
선생님께서는 지난 30년의 그 치열한 운동의 역사를
모두 파괴하는데 앞장 섰습니다.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근거도 없고 감사도 없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고 계십니다.
이건 아니지요.
무엇보다도 수요집회는 교육의 현장이요, 
외교의 최전선이며
세계인권운동의 역사적 현장입니다.
이걸 없애자구요?
교육관을 짓자는 것을
이렇게 하는 겁니까?
교육관 건립 운동을 하자고 말하면 되는 것을
이렇게 자신만의 주장을 위해 모조리 묵살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여기십니까?
선생님은 90이 넘으신 분입니다.
저의 어머니와 다를 바 없는 세대이십니다.
우리 어머니도 
오랫동안 이 나라 민주화 운동을 위해 
혼신을 다해오신 분입니다.
일제 강점기를 겪고 
일본에서의 시련기를 거쳤고
고국에 돌아와
치열한 생활인으로 사셨다가
아들들이 폭력국가에 저항하는 것을 보고
역사의 현장으로 온 몸을 던져 
뚜벅뚜벅 들어가셨습니다.
처한 고통의 무게를 비교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어머니는 그 어떤 경우에도
모두를 존중하고 아끼셨습니다.
때로 섭섭해도 침묵하고
정치적 견해가 달라져서 돌아서도
끝까지 아끼고 사랑하셨습니다.
우리 어머니 자랑을 하려고 함이 아닙니다.
할머니는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따뜻하고 너그럽고 자상하고
애틋해서
우리 모두가 사랑해마지 않는 할머니가
바로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언제든 가면 품어주시는 그런 자애로운 모습 말이지요.
지난 30년의 세월을 어찌 “칼”이 되어
난자하는 모습을 보이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피를 철철 흘리는 것이 보이지 않나요?
한국사회에서
노년에 계신 분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말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저도 조만간 
칠십을 저만치 바라보는 언덕에 서 있습니다.
가벼운 나이가 아닙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고 말씀드립니다.
아들은 어머니가 잘못 생각하시면
사랑과 정성으로 말씀드립니다.
그런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뜻에 따르는 분들과 함께
교육관 건립 운동을 펼치십시오.
응원하겠습니다.
지지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정의연 운동을 비난하는 댓가로
교육관 설립이 가능해질거라고 여기지는 마십시오.
정의연 운동이 교육에 소홀 한 바 없습니다.
누구도 할머니들을 “끌고 다니며”
“팔아먹”지 않았습니다.
끌고 다니며 팔아먹은 자들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었고
이 나라에서 그 일제에 지금까지 협력하는 자들입니다.
이용수 선생님의 분노가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저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분노의 방향이 바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 알고 있습니다.
거두어주십시오.
더는 상처를 내지 말아주십시오.
운동의 방향을 자신이 모두 결정할 수 있다고도 여기지 말아주십시오.
이 운동은 이제 모두의 것입니다.
이용수 선생님 혼자의 독점물도 아닙니다.
지금 뒤에서 웃고 있는 자들이 보이시나요?
보이신다면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보이지 않으십니까?
그렇다면 선생님은 
역사에서 위태로운 골짜기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계신 것입니다.
부디 깊이 돌이켜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주시기 바랍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일면식도 없이 
이렇게 애절하고 송구한 마음으로 
글월 올리는 바입니다. 
김민웅 올림 2020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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