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 김선우
- 순례자들이 당도한 무덤의 묘비에 이 시가 적혀 있는 것을 우리는 읽었으나 곧 잊어버렸다.
이 부주의함이야말로 사랑에 관한 한 우리의 원죄이니 기억하라 오늘 당도한 사랑의 순례자여
새장 속에 꽃을 기른 적 있지
새장 문을 열어 두어도
꽃은 날아가지 않았네
새장 속에 심장을 기른 적 있지
새장 문을 닫아둔 날
심장이 날아갔네 꽃이 날아갔네
잠긴 새장 바닥엔
무거운 핏빛 깃털 몇 낱
마르지 않는 고통 몇 잎
두려움에 문 닫은 자여
스스로의 무지를 애도할 것
계간 『시산맥』 2010년 겨울호 발표
http://cafe.daum.net/sunwoo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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