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교우회 정족산 등반

by Oh.mogilalia 2004. 10. 31.

어제 장어와 쏘주로 다져진 튼실한(?) 몸을 새벽 5시 40분에 일으켜 새벽 미사 참례하고, 집에 와 조금 여유를 부리다가, 약속 시간 - 8시 30분 조금 넘어서 약속 장소인 울주군청으로 나갔다.(우리 동네...)

 

아내가 아프고 난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씩씩하게 따라 나서는 모습이 고마웠다. 아프기 전에도 등산은 좋아하지 않았는데, 괜히 같이 가자고 한 거나 아닌지 조바심을 내면서도, 조금 늦은 걸 재촉하며 김밥집에 들러 몇 줄 사서 배낭에 넣고 달렸다. 다행히 우리보다 늦은 회원들이 있어 미안함을 조금 뒤로 감춘 채, 늦은 친구들을 기다리다 8시 50분경 출발...

 

정족산을 향해 가는 가로변의 단풍들의 빛깔과 수확한 후의 들판의 빈 여백으로 계절이 익어가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고 아내의 표정도 사뭇 기대에 찬 표정인 게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아내를 비롯한 교우회 회원 안주인들 때문인지,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중간중간에 걸어서 갔으면 하는 아쉬움도 느끼게 하는 정경들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그렇게 산행은 시작되었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운흥사지 부도에서 잠시 발길을 멈추고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한 단아한 분위기에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산길을 재촉했다. 무미건조한 길들의 연속 중에 조금씩 힘들어하는 아내와 함께 발걸음을 맞추며 구씨 아저씨와 함께 일행의 맨뒤로 쳐져 느긋하게 올랐다.

 

중간중간 잠시 휴식을 취할 때마다 함께 내어 놓은 감, 사과, 오이 등은 갈증 해소와 함께 땀에 젖은 몸을 식혀 주는 감미로운 음식이었다. 자주 함께 하지 못하다 보니 뭘 준비해얄지도 모르는 아내와 나는 내 놓을 게 없었다. - 우리가 가져 간 것은 기껏 김밥 몇 줄... 물조차도 준비 못하고... (왕뻔뻔~키득~~) 좋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행복해 하다 보니 타성에 젖어버린 뻔뻔함이 몸에 배어버렸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좀은 편안한 임도가 나타나면서 정족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갈대밭이 어우러진 주변의 경치는 잠시 피로를 잊게했고, 간간히 철모르고 피어 있는 개나리와 철쭉은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이 일대가 그 유명한 무제치 늪 지대 탓인지 임도 가장자리는 이끼로 가득하였고 길에 먼지가 날리지 않는 게 좋았다.

 

 

꽤 높아보이는 정상의 바위들을 보고 아내는 기가 질리면서도 끝까지 가 보자는 오기가 발동했는지, 양지바른 곳에서 일행이 내려올 때까지 쉬고 있으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라가기로 했다. 보기보다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오르다 삼구바위(공룡아저씨의 칼장난 흔적이라 우김)에서 아내와 사진 한 컷.. 바로 정상에 올랐다. 특이하게 정상 바로 곁 바위에 부착된 태극기를 보고 충성도 맹세하고...

 

 

정상에서 주변 경관을 바라보며 막혀 있던 가슴 속의 온갖 욕심과 나쁜 감정을 탁 털어내고, 길라잡이 공룡아저씨의 해설과 함께 땀을 씻고 하산길로 들어섰다.

 

임도를 따라 내려오다 바람 피하기 좋은 곳에 자리잡고 식사 시작. 산에 올 때마다 꼭 생선 반찬을 준비해 오는 스크맨네의, 영광에서 직송한 조기부터 갓김치, 깍두기, 마늘쫑, 그냥 김치, 흰밥, 잡곡밥, 김밥... 엄청 묵었따!! 워매 배 부릉거.... 총무님 사모님께서 준비하신 식후 커피는 조금 부족해 부인네들만 드시기로 했지만 나는 특별 대우로 얻어마신 기분도 특별했다.

 

내려 오면서 아내가 조금 힘들어 하길래 같이 휴식을 취하고, 내려가면 또 우리를 기다려주는 회원님들의 배려에 코끝이 찡해 지다가도 공룡아저씨의 입담(특히 이디오피아 비밀경찰의 카이젤 수염 이야기)에 입은 함박처럼 찢어지고... 

 

구씨 아저씨 차 안에서 금방 잠이 든 아내를 안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내려와 즐거운 산행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는데....

 

뒤풀이로 가을전어와 물메기 매운탕을 빼 놓을 수는 없다. 인찬회 수석위원장님의 친척 가게에서 저렴한 가격에 양껏 내어놓는 전어와 소주... 연 사흘째 계속되는 음주였지만 따뜻한 분위기에 그냥 내 자신을 던져 버렸다.

 

이렇게 오늘도 갔다. 아 피곤해... 아내는 어떨까? 내일 몸살하는 건 아닐까? 내일이 걱정이다. 괜찮겠지..

 

蛇足 : 위의 사진 중 가운데 이미지들은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얻은 사진임. 아침에 덩범대다 충전해 둔 카메라를 깜박 잊고 가져가지 못한 탓에 공룡아저씨의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걸 한참 뒤에 현상, 스캔....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도사 영축산 산행  (0) 2004.11.07
굴대회 + 알짜회 장어 사건  (0) 2004.11.01
굴대회 10월 모임  (0) 2004.10.30
부자가 부럽다.  (0) 2004.10.29
내 아내...  (0) 2004.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