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태블릿 볼까 하다 서가에서 책을 고르다가 김영하가 떠올라 검색하니...
'추구의 플롯'으로 구축된 이야기들에는 대부분 두가지 층위의 목표가 있다. 주인공이 드러내놓고 추구하 는 것(외면적 목표)과 주인공 자신도 잘 모르는 채 추구하는 것(내면적 목표), 이렇게 나눌 수 있다.
'추구의 플롯'에서는 주인공이 결말에 이르러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그것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지만, 여행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뜻밖의 사실'이나 예상치 못한 실패, 좌절, 엉뚱한 결과를 의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정해진 일정이 무사히 진행되기를 바라며, 안전하게 귀환하기를 원한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우리의 내면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강력한 바람이 있다.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런 바람은 그야말로 '뜻밖'이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그걸 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 같은 각성은 대체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독자들이 '추구의 플롯'을 따르는 소설이나 영화, 여행기를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해왔던 것은 그들이 자신의 인생을 바로 그 플롯에 따라 사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인생에도 언제나 외면적인 목표들이 있었다. 대학에 입학하기,좋은 상대를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기, 번듯한 집 한 채를 소유하기, 자식을 잘 키워 좋은 대학에 보내기 같은 것들. 그런데 이런 외면적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자기 능력보다 더 높이 희망하며, 희망했던 것보다 못한 성취에도 어느 정도는 만족하며, 그 어떤 결과에서도 결국 뭔가를 배우는 존재다.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에서 데이비드 실즈는 이렇게 말한다.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잠간 머무는 호텔에서 우리는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 럼 보이는 물건을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잘 정리되어 있으며, 설렁 어질러진다 해도 떠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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