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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

객주 각 지방 여인상

by Oh.mogilalia 2024. 2. 22.

경기지경의 아낙네들은 마루와 방세간 치장을 잘하고 행보하는 형국이 얌전하고 몸가축에 출중하여 앞에서 보면 한냥짜리밖에 될 성부르지 않은 여자라도 뒤에서 보면 능히 천냥짜리에 미친다 하였지요. 그중에서도 송경(松京)의 과부들은 잇속에 밝아 환락을 모두 저버리고 식산(殖産)에 골똘하여 동지장야하지일(冬之長夜夏之日)에도 도대체 쉬는 법이 없다 하였지요.
평안도 아낙네들은 금침과 패물 치장을 즐겨하고 강계(江界).평양(平壤)에는 미색들이 많아서 흡사 가을물에 잠긴 부용과 같고 봄바람에 방긋 웃는 반개의 모란과 같은 여자들이 많다 하였습니다. 초면.구면을 가리지 않고 말 한마디라도 활발하고 다정하게 굴어서 잘 드는 칼로 물 많은 참외를 선뜻 베어 먹는 맛과 같다고 하였지요.
안주(安州) 여자는 자수(刺繡)를 잘하고 항라(亢羅)도 잘 짜며 덕천(德川).양덕(陽德).성천(成川)의 여자들은 황라(黃羅)길쌈에 능하고 영변(寧邊).희천(熙川).태천(泰川)의 여자들은 명주길쌈에 능하고 맹산(孟山)의 여자들은 마포길쌈을 잘한다 하였지요.
황해도 여자들은 신실하고 근검하기가 불 같아서 머나먼 서울에까지 가서 젓갈과 소주를 목판과 함지에 이고 다니면서 행매를 한다 하였지요. 해주(海州)는 색향이라 여자들의 살갗이 흡사 배꽃과 같고 황주(黃州).봉산(鳳山)의 여자들은 김매기타령이 들을 만하다 하였지요.
강원도 여자들은 시목간(柴木間) 치장을 즐겨하고 철원(鐵原)과 춘천(春川)의 여자들은 명주길쌈에 능하고 영동(嶺東)의 여자들은 마포길쌈에 능하답니다. 정선(旌善).평창(平昌)에는 자색이 뛰어난 여자들이 많다 하였습니다.
함경도 여자들은 정주간 치장을 잘하고 허우대가 장대하고 혈색이 좋다고 하였소. 쇠푼 한닢이라도 목숨과 같이 중히 여기고, 한푼인들 자기 손으로 벌어 가대(家垈) 지키기 애쓰나 결단코 몸을 더럽히는 일은 저지르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충청도 여자들은 예절이 밝고 내외가 엄연하답디다. 길을 가다가도 남정을 만나면 흡사 호랑이를 만난 것처럼 놀라서 달아난다 하였습지요. 청양(靑陽).한산(韓山).서천(舒川)의 여자들은 모시길쌈을 잘하고 공주(公州)의 여자들은 선라(蟬羅)짜기에 능하다 하였소. 청산(靑山).보은(報恩)의 여자들은 대추[大棗]를 많이 먹어 입이 예쁘고 황간(黃澗)의 여자들은 연시(軟枾)를 많이 먹어서 볼이 통통하답니다.
전라도 여자들은 말세가 흡사 물결을 타듯 보드랍고 장독대 치장을 중히 여기고 음식솜씨가 빼어나다 합디다. 담양(潭陽)과 영암(靈巖)의 여자들은 모시길쌈, 나주(羅州)의 여자들은 백목(白木)을 잘 짠다 합디다.
경상도 여자들은 신실하고 심덕이 무던하다 하였지요. 아녀자들이 고치 기르는 데 능하고 안동(安東)의 마포와 진주(晋州)와 경주(慶州)의 백목은 모두 아녀자들의 솜씨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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