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말1 박완서 '그 남자네 집' 우리 엄마 돌아가실 때도 내 헌 빤스 입고 돌아가셨다우. 내 내복 찌들어서 버리면 멀쩡한 거 왜 버리냐고 주워다가 껴둔다고 와이프가 구시렁거리는 소리 들었어도 그 정돈 줄은 몰랐어. 와이프도 몰랐겠지. 돌아가시고 새 옷 갈아 입혀드릴 때 와이프가 그걸 보고는 내 손을 끌어다가 억지로 남자 빤스 고추 구멍을 만져보게 하는 거야. 내가 그것만은 꼭 봐둬야 한다나. 정말 내 빤스였어. 혹시 해진 데는 없나 해서 손으로 골고루 더듬어보았어. 어머니가 장사 다닐 때 내 해진 런닝구 입고 다니던 생각이 나서. 해진 데는 없었지만 우리 엄마 너무 말랐더라. 그 남자가 말끝을 흐렸다. 울고 있었다. 점점 더 심하게 흐느끼면서 볼을 타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나도 애끓는 마음을 참을 수 없어 그 남자를 안았다. 그 .. 2023. 2.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