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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박완서 '그 남자네 집'

by Oh.mogilalia 2023. 2. 23.

우리 엄마 돌아가실 때도 내 헌 빤스 입고 돌아가셨다우. 내 내복 찌들어서 버리면 멀쩡한 거 왜 버리냐고 주워다가 껴둔다고 와이프가 구시렁거리는 소리 들었어도 그 정돈 줄은 몰랐어. 와이프도 몰랐겠지. 돌아가시고 새 옷 갈아 입혀드릴 때 와이프가 그걸 보고는 내 손을 끌어다가 억지로 남자 빤스 고추 구멍을 만져보게 하는 거야. 내가 그것만은 꼭 봐둬야 한다나. 정말 내 빤스였어. 혹시 해진 데는 없나 해서 손으로 골고루 더듬어보았어. 어머니가 장사 다닐 때 내 해진 런닝구 입고 다니던 생각이 나서. 해진 데는 없었지만 우리 엄마 너무 말랐더라. 그 남자가 말끝을 흐렸다. 울고 있었다. 점점 더 심하게 흐느끼면서 볼을 타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나도 애끓는 마음을 참을 수 없어 그 남자를 안았다. 그 남자도 무너지듯이 안겨왔다. 우리의 포옹은 내가 꿈꾸던 포옹하고도 욕망하던 포옹하고도 달랐다. 우리의 포옹은 물처럼 담담하고 완벽했다.
우리의 결별은 그것으로 족했다.

생소한 낱말들

1.처네
정의
어린아이를 업을 때 두르는 누비로 된 이불.

내용
아래 너비를 넓게 만들어 아기를 업은 사람의 앞까지 폭 싸게 하여, 아기를 따스하게 하여준다. 포대기라고도 하나 이것은 북쪽에서 흔히 쓰던 말로 그야말로 조그마한 이불을 뜻하는 것이다.
자주색이나 남색으로 많이 만들었으나 남쪽에서는 검정색으로 만들기도 하였고, 수를 놓아 곱게 만들기도 하였다. 근래에는 여러 종류의 감이 나오면서 다양한 색을 사용하기도 한다. 어린아이를 업었을 때 처네를 두르고 띠로 매기도 하였고, 아기 머리에서부터 푹 덮어서 업은 사람의 어깨너머로 돌려 손으로 붙들고 다니기도 하였다.
이 처네는 보온에 아주 좋은 것이었지만, 요즘 와서는 유모차가 퍼지면서 거의 없어졌고, 또 업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업는 기구가 생겨나 이를 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2.  개개다
동사
2) 성가시게 달라붙어 손해를 끼치다.
비빌 언덕이 따로 있지 능력도 없는 나에게 개갤 거야?

3.  마전
명사 생피륙을 삶거나 빨아 볕에 바래는 일.
(유의어) 포백 曝白
명사 생피륙을 삶거나 빨아 볕에 바래는 일.

포백하다 曝白하다
동사 생피륙을 삶거나 빨아 볕에 바래다.
마전하다
동사 생피륙을 삶거나 빨아 볕에 바래다

4.피륙
명사 아직 끊지 아니한 베, 무명, 비단 따위의 천을 통틀어 이르는 말.

5.데밀다
동사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게 밀다.
그는…비둘기장 구멍처럼 뚫어 놓은 곳으로 은비녀를 데밀었다.

6.  구메구메
부사
남모르게 틈틈이.
상경할 때마다 구메구메 양식이랑 잡곡이랑 먹을 걸 날랐다

7.두이레
명사
아이가 태어난 지 14일이 되는 날.

유의어
이칠일


박완서 '그 남자네 집'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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