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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080528

by Oh.mogilalia 2008. 5. 28.

사랑하는 아들 오목에게


  편지 잘 받았다. 13일 네가 보충대에 입소하고 돌아오는 길이 꽤나 힘들었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내려오다 보니 그랬나 보다. 아부지와 포옹 후 짧은 시간에 보인 눈물이 내내 마음에 걸렸었나 보다. 사복 소포 속의 mind controll 글을 보고서야 마음이 한결 편해졌단다. 

  네가 떠난 그날 네 방에서 네 냄새를 맡아 보고, 잘 해 낼거라는 믿음도 가졌었다. 그 이튿날부터는 너와 관련된 정보를 모으느라 온갖 군입대 아들 둔 부모 관련 카페란 카페는 다 가입했단다. 

  네가 30사단에서 신병 교육을 받고 헌병 주특기를 받아 성남의 종합행정학교에서 후반기 교육 받는다는 정보는 육군 홈페이지에서 이미 확인했었고, 신병교육대에서의 면회는 네 말대로 성적이 뛰어난 훈련병 부모님들은 퇴소식 때에 면회가 가능하다는 정보도 찾았고, 네 후반기 교육이 실시되는 종합행정학교 위치와 면회 및 외출 가능한 날짜도 대략 7월 19일 정도 될 것 같다는 정보도 얻었다. 아부지가 너무 서두르는지 네가 가게 될 종합행정학교 교육대 카페에도 세 군데 다 가입해놨다. 너무 심한 거 아인가 몰러... ㅋㅋ~

  30사단 신병교육대 카페에 거의 매일 사랑의 편지도 쓰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손편지에 소홀한 것 같아 오늘은 퇴근하자 바로 네 편지를 그대로 사진으로 찍어 아부지 블로그에 올려 놓고 이렇게 글 쓰고 있다.

  오늘 네 생일인데 뭔가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었으면 했는데, 이렇게 반가운 네 편지를 받으니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 그러면서도 주소를 이미 알았는데도 인터넷 편지만 적다가 맛있는(?) 손편지를 이제야 쓰는 아부지를 용서하거라. 

  오늘 받은 네 편지에서 아부지가 바라는 일들이 실감이 나도록 해 준 너의 노력들이 너무 고맙다. 사실 신병교육대 훈련 마치고 후반기 교육 가기 전에 면회가 되었으면 하는 꿈도 가졌었는데 (카페에서 대표 훈련병 부모들이 퇴소식에 참석하고 면회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봤단다.) 소대장 훈련병이라니 확률이 더 높아진 느낌이라 솔직히 가슴 설렌다. (그렇다고 부담 갖진 말아라... ㅎㅎ~) 

  그리고 후반기 교육 후 갖게되는 면회는 부모 가족들이 찾아왔을 때에 해당하고 외출은 부모만 찾아왔을 때 가능하다더구나. 아무래도 외출이 더 낫겠지, 그쟈? 작전 중이다. ㅎㅎ~ 

  요즘 어무이는 봉사자 활동하시느라 내일까지 매일 부산으로 가셨다가 밤에야 돌아오시니 고생이 많으시고, 아부지가 동생 둘 밥 챙겨 먹인다고 쪼매 고생하고 있다. 이게 외조 아이겠나, 그쟈. 맞제? 누나는 요즘 리포트 등등으로 해서 무척 바쁜가 보더라. 전에 네가 30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 받는다는 정보를 알아내고는 네 싸이 일촌 모두에게 편지 많이 쓰도록 교육대 주소를 쪽지로 다 날리기도 했고, 오늘은 네 생일이라고 카페에 축하 글 남기도록 또 메시지 보내곤 했는데, 이게 아부지도 쪼매 걱정도 된다. 카페에 쓰는 사랑의 편지는 1일 1회로 제한해 두었는데 많은 친구들이 글 남기면, 게다가 형식을 지키지 않아 전달되지 않으면 우야노 싶어 걱정도 된다. 동생 두 놈은 매일 난리다. 아부지 고함 소리도 쪼매씩 듣고 막둥이는 뻑하먼 눈물 흘리고... 요즘은 영어 단어 외운다고 고생이 무척 많단다. 요한이는 가부리한테 장난이 조금 도를 넘을 때마다 가부리의 고함 소리도 높아가고, 그러다가 금방 토라져서 다투고, 그러다 울고.... 아부지는 늘 변함없이 잘 지낸다. 카페 게시판에 쓴 글처럼 지난 금요일 아부지 술 많이 묵는다고(나는 적당히 잘 조절하려 하는데, 이상하게도 한번 술자리가 생기면 계속 생기니... 우얄끼고, 피할 수도 없으니...) 걱정해서 하시는 말씀이지만, 아부지도 술이 조금 오르면 그걸 여유롭게 받아들이지 못하다 보니... 그래도 담날 다 풀어버린단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그게 또 살아가는 요령이라기보다는 주님께서 주신 은총 때문이란 걸 어무이랑 아부지도 다 알고 있으니... 

  아, 그리고, 후반기 교육 후에 자대 배치는 행정학교에서 치르는 시험 성적에 많이 좌우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맞나 몰라. 자대가 30사단 정도만 되어도 좋겠는데... 헌병 주특기는 네가 자원한 건 아니제? 처음엔 또 걱정했단다. 근데 네 편지에 몸짱이 되길 바라는 것이나 책임 분대장, 소대장 훈련병 등의 소식들이 아부지는 무척 자랑스럽단다. 

  지금 막둥이가 저녁 차려 달라하네. 오늘은 이만 쓰마.

  늘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우리 도미니꼬에게 가득하길 기도한다. 사랑한다. 내 맏상주 아들 오목아. 必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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