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2004학년도 기말고사가 끝이 났다.
요즘 느끼는 일이지만...
정말 묘하다. 아이들이...
이렇게 해서 어쩔려고 그러는지....
오늘까지 사흘 동안 시험 감독 중에 느낀 것이지만,
3학년 교실엔 허무만이 가득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OMR 카드에 아무렇게나 마킹하고는
퍼질러 자는 녀석부터 시작해서
카드에 붉은 수성펜으로 마구 낙서를 해대는 녀석들도 있고,
독서 수행평가 답안지에도 책을 읽지 않은 탓이겠지만
장난 치듯이 같은 숫자로만 마구 긁적인 답안도 여럿이다.
실업계를 위시한 특목고 등의 진학이 이미 결정되고,
연합고사가 다음 주 10일로 다가왔지만
연합고사 합격이 가능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마구 늘어져 있고,
부족한 녀석들도 덩달아 난리다.
만사가 귀찮기만 한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툭" 터져 나올 것만 같아 조바심이 난다.
앉은 자세도 제 멋대로다.
'날 잡아잡슈~' 하는 표정으로 자리에 거의 드러누운 듯한 자세에다
다리는 비비 꼬아 앉아 있으니 꼴불견이다.
영화 "To Sir with Love"에서 보아온 학급 모습 같은데,
나는 시드니 포이티어 같은 모습은 절대 아니라 견뎌 내기가 참 어렵다.
하지만 그러해야 하리라...
같이 성질 내다가는 양쪽이 다 상처를 입기 마련이고,
그나마 이쪽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