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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계

효정이 결혼식

by Oh.mogilalia 2004. 11. 13.

지난 10월 말경에, 

이 녀석을 만나 점심 먹고 청첩장 받아들고부터 괜시리 마음에 짐 같은 게 남았는데... 

잘 마무리지은 것 같아 다행이다. 


2교시 수업 마치고, 3교시 수업이 없어 부장샘한테 이야기하고 조금 일찍 학교를 나섰다.


집에 와서 옷 갈아 입고 버스를 타고 갔다. 

주차 문제에다 옛날 제자들 만나면 피로연에서 술자리가 있을까 싶기도 해서... 

버스를 내려 전철을 타고 녀석의 결혼식장으로 가까스로 늦지않게 도착했다. 

신부대기실에서 본 녀석의 모습은 예뻤다. 


녀석의 청으로 사진 한 장 같이 찍고... 

지난 일요일에 함께 술 한 잔하기로 했다가 바람맞힌 녀석의 동생들도 정말 오랜만에 봤다. 


내가 웅촌을 뜬 게 89년이니... 

벌써 15 년여나 지났으니... 

많이 변한 것 같아도 어릴 때의 귀여운 모습들은 많이 남아 있었다.


먼저 와 있던 제자들도 여러 명 봤다. 

벌써 어른들이 된(올해 33살쯤) 녀석들의 얼굴에서 옛날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다. 

남학생(자)들은 그때 모습이 그나마 살아 있는데, 

여학생(아지매)들은 한참을 들여다 봐야 보이는 그때의 이미지와 

20 년 가까이 지난 지금의 모습과는 잘 꿰맞혀지지가 않았다. 

언뜻언뜻 보이는 모습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식장에 가기 전까지는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부모도 없이 어렵게 살아와, 결혼식, 

축복받아야 할 이런 자리마저도 자신들의 손으로 마련해야 하는 

녀석들의 삶에 대한 괜한 우려로 해서...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예식이 시작되면서 처음본 신랑이 아주 좋아 보였다. 

장난끼도 있어 보이면서도 - 나에게는 이런 부분이 정말 좋아보인다. 여유랄까? - 

진지한 부분도 있어 보이고... - 교직에 오래 있다보면 몸에 배게 되는 부분인지도...- 


잘 살아갈 것 같았고, 

무엇보다 녀석을 행복하게 잘 해 줄 것 같았다. 


그리고 효정이도 똑똑한 녀석이라 잘 살아갈 거라는 확신이 

마음을 조금은 편하게 만들었고, 

식이 끝난 후의 이벤트를 잠시 여유롭게 보다가, 

혹시나 마음 쓰이게 할 것 같아 몰래 빠져 나와 울산으로 올라왔다.


주님, 이들을 축복하시어, 주님의 평화가 항상 함께 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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