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경에,
이 녀석을 만나 점심 먹고 청첩장 받아들고부터 괜시리 마음에 짐 같은 게 남았는데...
잘 마무리지은 것 같아 다행이다.
2교시 수업 마치고, 3교시 수업이 없어 부장샘한테 이야기하고 조금 일찍 학교를 나섰다.
집에 와서 옷 갈아 입고 버스를 타고 갔다.
주차 문제에다 옛날 제자들 만나면 피로연에서 술자리가 있을까 싶기도 해서...
버스를 내려 전철을 타고 녀석의 결혼식장으로 가까스로 늦지않게 도착했다.
신부대기실에서 본 녀석의 모습은 예뻤다.
녀석의 청으로 사진 한 장 같이 찍고...
지난 일요일에 함께 술 한 잔하기로 했다가 바람맞힌 녀석의 동생들도 정말 오랜만에 봤다.
내가 웅촌을 뜬 게 89년이니...
벌써 15 년여나 지났으니...
많이 변한 것 같아도 어릴 때의 귀여운 모습들은 많이 남아 있었다.
먼저 와 있던 제자들도 여러 명 봤다.
벌써 어른들이 된(올해 33살쯤) 녀석들의 얼굴에서 옛날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다.
남학생(자)들은 그때 모습이 그나마 살아 있는데,
여학생(아지매)들은 한참을 들여다 봐야 보이는 그때의 이미지와
20 년 가까이 지난 지금의 모습과는 잘 꿰맞혀지지가 않았다.
언뜻언뜻 보이는 모습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식장에 가기 전까지는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부모도 없이 어렵게 살아와, 결혼식,
축복받아야 할 이런 자리마저도 자신들의 손으로 마련해야 하는
녀석들의 삶에 대한 괜한 우려로 해서...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예식이 시작되면서 처음본 신랑이 아주 좋아 보였다.
장난끼도 있어 보이면서도 - 나에게는 이런 부분이 정말 좋아보인다. 여유랄까? -
진지한 부분도 있어 보이고... - 교직에 오래 있다보면 몸에 배게 되는 부분인지도...-
잘 살아갈 것 같았고,
무엇보다 녀석을 행복하게 잘 해 줄 것 같았다.
그리고 효정이도 똑똑한 녀석이라 잘 살아갈 거라는 확신이
마음을 조금은 편하게 만들었고,
식이 끝난 후의 이벤트를 잠시 여유롭게 보다가,
혹시나 마음 쓰이게 할 것 같아 몰래 빠져 나와 울산으로 올라왔다.
주님, 이들을 축복하시어, 주님의 평화가 항상 함께 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