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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080602

by Oh.mogilalia 2008. 6. 2.

제3중대 168번 오승목 훈련병

보내는 사람 아부지 오종면


아들, 또 한 주가 시작되는구나. 어제 휴일 잘 지냈느냐? 

어제 아부지는 아는 선생님 댁이 상(喪)을 당하셔서 부산에 다녀왔다. 문상 마치고 동료 선생님들과 자갈치 시장 구경 갔다가 꼼장어(묵고 싶제? ㅎㅎ~) 묵고 왔다 - 휴가 때 함 무우러 가는 것도 좋겠제~. 

아부지가 운전하는 바람에 술은 한 잔도 못하고... 아쉬웠지만.... 어무이는 아부지가 혹시라도 술 묵을 거라고 생각하셨는지, 울산 올라오는 길에 음주 단속하니까 조심하라면서 문자 주셨더구나. 아부지가 오늘은 술 안 무웄다캉께 아주 밝은 목소리로 알았다시더구나. 아부지도 술을 좀 줄여야 하나 보다. 술 안 무웄다쿵께 이래 기뻐하시니 말이다. 후~ 하고 한 숨 한번 뱉아냈다. 

여전히 집에 있는 가족들은 늘 같은 모습으로 잘 살아가고 있단다. 요즘은 요한이랑 가부리가 부쩍 가까워졌다. 그러다 보니 요한이가 조금 심하게 밀어붙이면 가부리의 짜증은 여전하긴 한데 지 녀석도 조금씩 면역이 되어가는 것 같더구나. 반응이 조금 여유로워진 것 같다. 누나도 여전히 바쁘게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하고, 어무이도 여전히 건강하게 성당 일에 열심이시다. 

작년에 네가 서울 학교 생활 덕분인지 빈자리가 그리 크게 느껴지진 않는데 그래도 마음 한구석엔 모두들 너를 품고 있으리라 믿는다. 

네 싸이의 다이어리에서 네 이종들과의 서울 생활 속의 불편했던 흔적들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무거웠다. 제대 후의 서울 학교 생활은 여유있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그 동안의 불편을 잘 참아줬던 네가 자랑스럽다. 이렇게 연락이 닿지 않는 곳에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많은 걸 느끼게 되는구나. 

우야든동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크신 분께서 주관하시는 삶의 한 가운데에서, 그분께서 보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자꾸나. 

늘 건강하게 지내길 기도하마. 

080602 못난 아부지 씀. 必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