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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080604

by Oh.mogilalia 2008. 6. 4.

제3중대 168번 오승목 훈련병

보내는 사람 아부지 오종면


맏상주 아들 오목! 빡씬 훈련 중인가? 이틀이 지나도록 편지가 게시판에 그대로 남아 있네. 이 아부지 편지가 무료함을 달래줄 수 있을런지 의심이 드네. 편지 내용도 늘 비슷한 데다가, 아부지 직장이 그런 곳이다 보니, 매년 같은 일의 연속이고, 벌써 28년째 반복하다 보니 별로 변화가 없고 타성에 젖은 생활 태도 탓인지 새로운 게 없으니 말이다. 내일부턴 일부러 여자 친구인 척해서 글 써 볼까? ㅋㅋ~ 아님, 친구들한테서 특히, 여자 친구들한테서 수기편지라도 많이 오냐? 성당 초등부 녀석들한테서는 어때? 많이 받았길 기대해 본다. 이번 주에는 현충일이 끼어 있네. 이 날만큼은 훈련없이 지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 게시판을 뒤져 보다 보니, 바깥 전화할 수 있는 기회도 모두에게 주어지는 게 아닌가 보더구나.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게 의식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기회가 많으면 좋긴 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피해 아닌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 않겠냐? 그쟈? 이게 아부지 스스로 자기위안 하는 걸까? 아니다. 그건 확실하다. 그런 정도의 배려는 우리 아들 오목에게는 항상 듬직하게 자리해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집 가훈이 \"네가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 라는 주님의 황금률 아니냐... 많은 친구들이 너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아부지는 너를 군에 보내고 알게 되었구나....<여기까진 낮에 학교에서> <여기부턴 밤10시24분 현재, 집에서>방금 전에 어무이랑 어제 돌아가신 최재선 사도요한 초대주교님 장례 미사 다녀왔다. 월평성당에... 미사 주례는 우리 성당 보좌 신부님께서 집전하셨고 서진영 신부님께서 강론을 맡으셨는데, 최 주교님께서는 주교 신분으로 16년인가 지내셨고, 은퇴하신 후 어제 돌아가실 때까지 36년 동안을 모든 힘을 주님을 위해 다 사용하셨다면서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자고 하시는 강론을 듣고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단다. 우리 모두 주님께서 주신 이 삶에 최선을 다하는,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고 최종 확인은 크신 분께 맡기는 그런 자세로 살아가자. 미사 마치고 시청 주차장에 세워둔 차 가지러 가면서 어무이한테, 우리 아들 오목한테 수기편지 썼냐고 물어보니, 히~ 하신다. 그래서 오늘 낮에 학교에서 위의 내용을 말씀드리면서, 오목한테 편지 쫌 써라고 압력을 넣었다. ㅋㅋ~ 지금은 가족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있다. 누나는 아부지가 이 편지 쓰는 일 마치길 기다리고 있네. 이만 줄이마. 080604 아부지 씀. 必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