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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080527

by Oh.mogilalia 2008. 5. 27.

제3중대 168번 오승목 훈련병 

보내는 사람 아부지 오종면 


내아들 오목. 

어제보다는 오늘이 조금은 덜 더운 것 같구나. 지금도 훈련으로 흐르는 땀을 훔치고 있을 너를 생각하며 사랑(?)의 글을 쓴다. 

오늘 저녁부터 내일까지는 비가 온다니 더 힘들어지겠지만, 더위라도 가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구나. 

방금 점심 먹고 책상에 앉았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화재 및 지진 대비 훈련을 한다는데, 그곳에서도 마찬가지이려나? 좀은 숨 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도 같네. 

내일이 네 생일인 건 알고 있겠지. 

지금껏 딱 20년 키워 오면서 네 생일날 이런 마음으로 맞이하긴 처음이구나. 괜히 마음이 울적해지는 것 같다. 통화도 할 수 없으니 더더욱... 지금까지도 네 생일을 별다른 행사 없이 조촐하게 지내긴 했지만 말이다. 

내일 미역국 끓이는 너거 엄마 마음이 더 힘들 것도 같다. 괜히 마음 울적해지는 이야기 하고 있네.... 

아부지가 주책이다. ㅋㅋ~ 

우야든동 기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도 그렇겠지만 아부지한테는 너를 볼 수 있는 그 날이 왜 이리도 멀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아주 오래 된 것도 같은데 겨우 2주가 지났구나. 

엄마아부지, 누나, 요한, 가부리 우리 가족 모두는 후반기 교육 4주차 면회나 외출이 가능한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주 늠름해진 네 모습을 기대하며 말이다. 

글고 오늘도 네 싸이에 들어가 니 다이어리 읽으면서 네 젊은(?) 시절의 네 꿈과 열정을 맛보고 있다. 우습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고... 


여기 네 다이어리 글 중 재밌는 거 하나 인용해 본다. 


인용 시작, 


"2006. 4. 22.(놀토날)... 

놀토였다~~ 한 3주전부터 '고기구워먹자'라는 얘기가 나왔으나....앞반애들이 먼저 선수치는바람에.. 따라하는것 처럼 됐다. 난 뭐 신경안쓰는데 누가 그러드라고? 따라하는것같은데 좋냐고 ㅋ~,큰상현이가 열정적으로 준비물 정해주고 ㅋㅋㅋ 신났드라고 초딩2 상현 재승 고기사고 내 불판 버너 윤근 불판 해열 버너 밥 상화 밥, 그러고보니 상화가 제일... 아니군 성호는 돈만냄....!!!! 하여턴 존내 구워먹었는데 배가 그리 꽉찬건아니었지만 재밌는 추억이었다 ~~ 급식소에서 물쳐먹는 곳에서 애새끼들이 다 쳐다보고 고함 빽빽 질러대... 존내 쫄고 '제발 부탁이다 꺼져줘~~~`' 이라고 ㅋㅋ 하여턴 재밌었다 ㅋ 걸렸으면 어예됐을까 오메~~~~ " 


인용 끝. 


생각이 나냐? 이렇게 너의 즐건 추억거리들을 하나씩 보태어 네가 이 편지 읽는 동안이나마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도록 아부지가 머리 짜내고 있다. 괜찮제? 

몸은 고되더라도 마음만은 편하게, 세월은 늘 같은 속도로 흘러간다만 즐길 줄 아는 자만이 시간을 지배할 수 있으리라...

막 지어낸 아부지말이다. 

건강해라. 

사랑한다. 

내 아들. 

맏상주. 오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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