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05학년도 개학.
6시경에 일어나 부지런을 떨기로 하고....
십자고상에 앞에 앉아봐도 무딘 마음만 자리한다.
좀 일찍 학교에 왔다.
내일 입학식이라는데, 담임 역할 제대로 해 낼려나 모르겠다.
괜히 희망한 것 같기도 하고, 잘 해 봐야지 하는 각오가 새롭기도 하고... 어쨌든 아이들에 상처는 주지 말아야하는데....
3월에 부활이 있고... 그래서 판공성사도 있다. 흑~
바오로딸에게서 부쳐온 편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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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야생화를 보러 가자는 수녀님의 말에 캄캄한 어둠을 뚫고 찬바람도 마다하지 않으며 길을 나섰습니다.
‘이 겨울에 뭔 꽃이 필까? 그 꽃은 얼어죽으려 작정을 했나’
농담을 하며 따라 나서긴 했지만 강원도에 접어들면서 발목까지 쌓인 눈을 대하니 꽃을 보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점점 짙게 들었습니다.
산을 온통 헤메며 ‘꽃을 보려면 몇 주 뒤에 다시 와야겠군’ 하고 포기를 할 때쯤 눈이 녹은 양지바른 곳에서 ‘꽃’을 발견하면서 눈에 불을 켜고 낙엽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삭막한 동토(凍土) 를 뚫고 피어나는 노란 복수초(福壽草)를 보는 기쁨은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온 듯한 희열을 안겨주었습니다.
작은 등불을 켠 듯한 복수초.
작은 불꽃이 큰불을 만들듯이, 이 작은 한 송이의 꽃이 봄을 일으킬 것입니다.
무엇이든 시작은 작고 미약합니다. 그러나 작고 미약한 것들이 하나 둘 힘을 합칠 때 더 이상 작지도 않고 미약하지도 않은 물결이 되어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어서 흐르게 될 것입니다.
아직 따뜻함이 그리워 목에 둘둘 감고 있는 두꺼운 목도리와 장갑이 부끄럽도록 언 땅을 뚫고 피어나는 새로운 생명이 '실망하지 말아라, 절망하지 말아라. 맨 처음에는 그렇게 작고, 약한 법이니...
삶의 긴 터널 같은 어둠에도 절망하지 마라.'
너를 위해 어둠과 죽음을 이기신 하느님이 계신다’ 하고 소리치는 듯합니다. 작다고 실망하고 약하다고 실망하는 마음에 힘을 줍니다.
그날 복수초를 보며 행복했습니다. 구원의 '약속'을 저버리시지 않을 주님의 부활에 대한 믿음을 확신했기에...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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