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제자가 하나 있다.
강효정...
지난 주에 뜬끔없이 선생님 식사 대접해 드리고 싶다며 전화를 했다.
- 이 친구는 매년 스승의 날 때에만 연락 받을 수 있음...
혹시나 했는데... 예감이 맞았다.
그저께...
점심 때 만나 함께 식사하던 중
이제서야 시집 간다면서 청첩장을 내어 놓았다.
요란스럽지 않게(?) 축하 인사말과
신랑감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헤어지면서...
시집(11월 13일) 가기 전에
녀석 동생들이랑 (다큰처녀 둘 - 이녀석들도 아직...)
함께 쏘주 한 잔 하기로 했다.
녀석 동생들이 나랑 한 잔 하고 싶단다. 크~
막둥이 창희는 내가 직접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시골 학교란 게 규모가 작다 보니...
- 그 당시 1개 학년에 4개 학급 규모
게다가 바로 아래 동생도 똘똘하게 생겨
학교에서 자주 보고 놀려대며 지냈던 기억도 새롭다.
녀석을 만난 것은 1985년 3월,
두 번째 근무지인 울산교육청 관내 웅촌중학교에서이다.
그때만 해도 아직 신출내기의 비릿함을 제대로 벗지 못한 때라
나름대로 제법 열성도 있었나 보다.
녀석은 1학년 4반 반장을 맡았는데
표정도 맑고 아주 깔끔한 인상이라 호감이 갔던 아이였다.
게다가 시골 아이들이 순수하고 곱기 때문에
포악했던 당시의 나를 곱게 봐 준 탓인지
그 학교에서 4년을 근무하다 떠난 이후
녀석이 고등학교, 대학을 마치고
취직하고....
동생들 부양하며 그렇게 힘들게 살면서도...
그런 중에도 꼬박꼬박 스승의 날만 되면
매년 잊지 않고 꽃다발을 안겨다 주니
제대로 된 훌륭한 스승이 되지 못한 지난 시간들이...
후회스럽고 미안한 마음뿐...
할머니와 동생 둘과 살다가
할머니 돌아가시고 혼자서...
두 동생과 정말 힘겹게 살아가는 걸 몰랐고,
마음에 두지 않고 으레 그러려니 했던...
스승의 날의 기억도 당연한 것인양 받아들인
지난 시간들의 내 모습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그 녀석에게 해 준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나를 무척 슬프게 했다.
이제부터서라도
녀석의 곁에서 소리없이 있어 줄 길이라도 찾아봐야겠다.
다담주, 녀석들을 만나는 날
조심스럽게 머리도 조아릴 일이리라...
가슴에 새겨두고 기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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