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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사항

백광 - 렌조 미키히코

by Oh.mogilalia 2022. 5. 9.

이야기의 키워드는 '지난 전쟁의 상처'와 '배신이다. 일본군이 벌인 무모한 전쟁, 사람들은 누구에게 어떻게 휘둘리는지도 모른 채, 혹은 어렴풋이 알면서도 마냥 휩쓸린 재, "그 당시 모두가 믿던 일본 제국의 천황"과 그 상징으로서의 일장기 아래에서 하얗게 달아 올랐다. 그리고 "그 시절의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전쟁이라는 대규모의 범죄 책임 따위는 이미 지나간 일로서 잊어 버리고" 다시 행복한 일상을 쌓아나간다. 하지만 대충 덮어두었던 그 범죄의 상처가 죽음을 앞둔 노인의 뒤엉킨 뇌리에서 되살아 난다. 꽁꽁 얼어 붙은 겨울날, 만세 소리와 일장기가 소용돌이 치는 고향의 기차역 플랫폼에서 남편은 죽음의 전쟁터로 향하는 열차에 오르고, 아내는 뿌연 유리창 너머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부정을 고백한다---. 모든 죄의 악연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섬뜩한 것은 모두 별다른 직접적인 의도가 없었는데도 죄를 짓게된다는 것이다. 등장 인물 모두가 범인이 아니면서 범인이다. 어쩌면 인간의 내면에 잠재한 어둠을 포착하는 이 작가의 시선이 살아있는 한, 우리 모두가 공범 인지도 모른다. 이야기의 갈피갈피마다 '무표정한', '마치 남의 일처럼'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이유를 음미해보는 게 좋겠다. 실제적인 문제로서, 과연 이들 중 누가 법망에 걸려 형을 받게 될지 반추 해보는 것도 추리 소설의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 역자 후기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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