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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뜬 소경 오늘 새벽 미사 참례를 아내와 함께 했다. 강론에서 신부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리고의 소경과 같이 참된 것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시며, 우리의 삶 속에서 지금까지 찾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했던 하느님의 은총을 찾아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한 주간을 살아보면 어떨까 하시는 말씀.... 성가를 부르며 코끝이 찡하기도 했다. 오늘 하루도 축복받은 날이 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오늘도 학교에서는 끊임없는 전투로 힘겨운 하루를 보냈다. 잠시 틈만 보이면 난장판이 된다. 후~ 굳건한 믿음과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현장이다. 2004. 11. 15.
한가한 시간... 지금 이 시간은 최근 들어 가장 한가한 시간인 것 같다. 좀전에 성당에 가서 특전 미사 참례한 후 딸아이를 위한 9일 기도도 마치고 집에 와 있다. 따라서 내일 새벽에 미사 참례 안해도 되고 늦잠 잘 수 있다는 게 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편하게 한다. 막둥이 둘은 지금 좋아하는 투니버스 보면서 넋을 잃고 있다. - 얼마 전에 집에 있던 텔레비전 두 대를 거의 동시에 폐기 처분한 관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날로그TV를 한 대 구입했는데, 사고가 생겨 현재 반품 처리 중인데, 찾아가지는 않고 있어, 비겁하게 몰래 꺼내 보고 있는 형편이다. - 아내는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기도 중이고 나는 모니터 앞에 앉아 지금 한가하다면서 힘든 글 쓰기 하고 있다. 큰 녀석 둘 중 큰 딸아이는 지금 독서실에서.. 2004. 11. 13.
땅에서는 무엇이든지 썩어야 한다. 땅에서는 무엇이든지 썩어야 한다. 썩은 것은 거름이 되어 곡식도 기름지게 하고 풀도 무성하게 하고 나무도 단단하게 키운다. 썩혀서 비로소 다른 생명으로 물오르게 한다. 그래서 죽어 땅에 묻히는 것을 사람들은 "돌아간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최명희《혼불》중에서 - * 썩었다 하면 끝이 난 것으로 생각합니다. 모든 생명의 막을 내리고 희망이 없는 존재로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썩어야 또 다른 생명이 움트고 수백 배 수천 배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썩고 있다", "죽었다", 싶을 때 바로 그때가 새 출발의 싹을 틔우는 시간입니다. 놀라운 자연의 이치, 생명의 신비입니다. ========== 성서에도 나오는 표현이다. 굳이 새로울 건 없지만... 이 가을에 떨어지는 잎들처럼 적당한 때에 내려와 .. 2004. 11. 13.
효정이 결혼식 지난 10월 말경에, 이 녀석을 만나 점심 먹고 청첩장 받아들고부터 괜시리 마음에 짐 같은 게 남았는데... 잘 마무리지은 것 같아 다행이다. 2교시 수업 마치고, 3교시 수업이 없어 부장샘한테 이야기하고 조금 일찍 학교를 나섰다. 집에 와서 옷 갈아 입고 버스를 타고 갔다. 주차 문제에다 옛날 제자들 만나면 피로연에서 술자리가 있을까 싶기도 해서... 버스를 내려 전철을 타고 녀석의 결혼식장으로 가까스로 늦지않게 도착했다. 신부대기실에서 본 녀석의 모습은 예뻤다. 녀석의 청으로 사진 한 장 같이 찍고... 지난 일요일에 함께 술 한 잔하기로 했다가 바람맞힌 녀석의 동생들도 정말 오랜만에 봤다. 내가 웅촌을 뜬 게 89년이니... 벌써 15 년여나 지났으니... 많이 변한 것 같아도 어릴 때의 귀여운 모.. 2004. 11. 13.
양심 - 내 마음속에 있는 내 것이 아닌 마음 공관복음이 모두 보도하는 예리고의 소경치유사화(18,35-43)에 이어 루가는 오늘 단독으로 ‘자캐오의 구원사화’를 전하고 있다. 예리고는 요르단강 서쪽, 예루살렘 북동쪽 36Km 지점, 요르단강이 사해(-395m)에 합류하는 북서쪽 15Km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지중해의 해수면보다 250m 낮은 아주 비옥한 땅이었다. 예수님 시대의 팔레스티나 지도를 보면 예리고는 사마리아, 베레아, 이두매아 지방을 서로 이어주는 경계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유다지방의 수도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였다. 따라서 예리고에는 지방간의 교역을 감시하면서 세금을 징수하는 많은 세관들이 있었고, 오늘 복음의 주인공인 자캐오는 이들 세관들을 모든 관장하는 세관장으로서 돈 많은 부자였다는 것이다. 육체가 지나친.. 2004. 11. 12.
기도 없는 성전은 건물에 불과하다. 기도 없는 성전은 건물에 불과하다. 오늘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로마교구의 주교좌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을 기념한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324년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274-337) 황제가 세웠고, 실베스터 1세 교황(314-335)이 축성하여 로마의 주교인 교황의 주교좌성당으로 삼았다. 대성전에 인접한 라테라노 궁전에 4세기부터 14세기까지 약 1,000년 동안 역대 교황들이 거주하였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그 후 ‘전 세계 모든 교회의 어머니요 머리’ 라는 명칭으로 베드로좌에 대한 전 세계 교회의 존경과 일치의 표징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12세기부터는 세례자 요한의 대성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후 수세기를 걸쳐 화재, 지진, 약탈로 말미암아 훼손된 부분을 복구하였고, 1726년 베네딕토 13세.. 2004. 11. 12.
근심, 걱정 대신에... 열의를 지닌 사람들은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은 절대로 기다림의 마술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문제가 생기는 그 즉시 거기에 맞대응한다. 근심 걱정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는다. 근심 걱정이 문제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않기 때문이다.그들은 열정을 사용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땀을 흘린다. - 진저 히스의 《여자들의 인생 제2막》중에서 - * 살면서 근심 걱정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일에 열중하여 땀을 쏟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근심 걱정도 가벼워지고 뜻밖의 좋은 해답도 얻게 됩니다. ========== 맞는 말이다. 어제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TV가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었다. 반품 .. 2004. 11. 11.
백년을 산다고 해도.... 백년을 산다고 해도 육체의 삶은 무척 짧다. 이 모든 사실을 깨닫고 나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부딪치느라 내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는 그들을 즐기고 싶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내려 하기 보다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사랑하고 싶다. - 돈 미겔 루이스의《내가 말을 배우기 전 세상은 아름다웠다》중에서 - * 부딪치다 보면 뇌리에, 심장에, 상처만 남습니다. 그 상처를 없애려면 더 많은 시간의 낭비가 요구됩니다. 사랑할 시간도 모자랍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즐길 시간, 그 시간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인생은 너무도 짧습니다. 백년을 산다고 해도... ========== 음미해 볼 좋은 말들이 주변에 흘러넘친다. '좋구나' 하고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다행한 삶일까?.. 2004. 11. 11.
이성(理性)보다 강한 믿음 이성(理性)보다 강한 믿음 오늘 복음은 우리가 마태오복음의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개별 주제들을 루가가 한데 모아 놓은 것이다. 루가는 세 가지 서로 다른 주제들을 오늘 복음에 묶어 놓았는데, 그것은 죄의 유혹에 대한 경고(1-3a절; 마태 18,6-9), 잘못의 꾸짖음과 용서의 무한정(3b-4절; 마태 18,15-22), 그리고 믿음의 힘(5-6절; 17,14-20; 21,18-21)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따라서 오늘 복음은 그 원래의 모양이 예수어록에 있는 것으로서, 마태오는 살을 붙였고, 루가는 깔끔하게 그 뼈대만 묶어 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기대고 살아가는 믿음과 희망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강하고 큰 것이 있는가 하면 약하고 작은 것이 있고, 경우에 따라 쉽게 변하기.. 2004. 11. 11.
지혜로운 삶 - 나이든 사람에 한함 나이가 들면잘난 체 하지 말고미운 소리 아쉬운 소리헐 뜯는 소리이랑 접어두구려남이 하는 일은 칭찬만 하되묻거든 차분히 가르쳐주고때로는 아는 것도 모르는 척언제나 바보 같이 사시구려 이기려 기 쓰지 말고그져 져 주시구려한 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이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지혜라오언제나 감사함을 잊지 말고그저 네 말이 맞는다고 돈에 대한 욕심일랑 버리시구려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해도죽으면 한 푼도 못 가져가는 것을그 사람 참 좋은 사람이었다고그렇게 사람들이 칭찬하도록살아 있는 동안에 고루 베풀어산더미 같은 덕을 샇으시구려 지나간 영광일랑 다 묻어두고빛 바랜 제 자랑 하지들 마소콩 심은 데 팥나도 못 본 체 하소부질없이 파닥이며 몸부림 쳐도나래는 뜻대로 펴지질 않소 가족과 이웃과 그리고 친구들과 편안하게 사귀며.. 2004. 11. 10.
‘순수현재’의 하느님 ‘순수현재’의 하느님 예수님의 그리 길지 않을 예루살렘에서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성대한 예루살렘 입성이 있었고, 올리브 산 중턱에서 예루살렘의 불행을 예고하셨다. ‘강도들의 소굴’이 된 성전을 정화하신 일로 대사제와 율사들과 원로들과 ‘그럴 권한’에 대한 논쟁과 세금문제에 대한 논쟁도 있었다.(루가 19,28-20,26) 오늘은 복음에 아주 드물게 사두가이파 사람들이 등장하고, 예수께서 이들과 함께 부활에 관하여 논쟁을 벌인다.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누구인가? 사두가이파는 기원 전 2세기부터 존재하는 바리사이파, 에세네파와 함께 유대교 파벌 중의 하나로서 예루살렘의 귀족 제관들과 사회의 부유한 기득권층으로 구성된 집단이다.(사도 4,1; 5,17) 정치적으로는 로마제국과의 타협을 통해 현세적 기득권을 지키.. 2004. 11. 10.
소유(所有)와 위탁(委託)의 관계 소유(所有)와 위탁(委託)의 관계 오늘 복음에는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말씀들이 서로 모여 있다. 전체적인 이해를 돕는 데는 우선 어제 복음이었던 ‘부정직하지만 약삭빠른 청지기의 비유’를 떠올려야 한다. 그 비유가 오늘 복음의 첫 부분과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청지기의 편법적인 부정직함을 알면서도, 그러나 약삭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슬기로움을 칭찬한 부자주인의 입장을 은근히 동조하시면서, “세속의 자녀들이 자기네들끼리 거래하는 데는 빛의 자녀들보다 더 약다.”(8절)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의 입장에서 청지기가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실직의 위기에 직면한 상태에서 신속하게 자신의 미래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그의 이러한 행동이 얄밉기도 하고 교활하기도 한 것이다... 2004. 11. 9.